2009년 06월 13일
나를 위한 변명 + 나를 위한 준비
입사 2주차 교육이 끝났다. 오늘 집에 돌아오니 ex-직장에서 우편으로 퇴직금과 소득세-주민세 정산된 내역을 보내왔다. 퇴직금은 매년 중간정산 받아 어디 썼는지도 모르게 없어졌건만, 그러고도 적립된 금액이 있었다는게 좀 신기하긴하더라. 어쨌든 이로서 금전관계까지 마무리 되었으니 ex-직장과의 인연은 일단은 완전히 정리되었다. 하지만 아직 얼떨떨하다. 아마 부서 배치가 되고 수습을 떼어도 한동안은 그렇겠지 싶기도 하다.
입사하면서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오랫동안 기자 준비했으면서 왜 PD가 되었냐"이다. 우리회사는 기자가 없잖아..라고 간단히 답하기도 했지만, 사실 우리회사에 기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아마 다른회사 다음 공채엔 난 PD로 지원했을테니 정확한 답변을 한건 아니다. 현직에서 기자로 뛰는 수많은 지인들을 매우 가까이서 지켜보며, 그 거대한 조직논리에 기가 질렸었다. 기자는 아무것도 자기가 결정하지 않는다. 피라미드형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위를 떠받들고, "회사가 결정하면, 나는 한다"의 논리가 무서웠다. 진실을 쫓는다는 명분으로, 팩트팩트를 외치며 결국 그들의 팩트를 위에 진상하여, 그 팩트로 재구성된 거대한 조직의 논리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무서웠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PD도 자유롭지 못한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 자율성을 펼칠 가능성을 생각해볼때, 내 직업은 꽤 마음에 든다. 화요일에는 자율야자를 째고서라도 집에와서 <PD수첩>을 보며 기자든, PD든 저널리즘을 해보겠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꿈을 생각하면, 시사프로그램이 없는, 우리 회사에서의 저널리즘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을지가 머리아프기도 했지만, 매우 인상적이고 창의적으로 그런 저널리즘이 가능하다는걸 보여준 선배도 분명히 있다. 심지어 김규항은 <고래가 그랬어>로 진보를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몇년 후의 나를 만들기 위해 몇가지 준비를 하기로 했다.
1. 1주일에 한권씩 책 사기
- 그래봐야 한달에 4권, 1년이면 50여권이다. 한달에 4-5권씩 몰아사더라도 사자
- 물론 다 읽겠다는건 아니다. 24601님이 말했지, 책을 샀다고 꼭 다 읽어야한다는 압박은 버리라고.
- 최소한의 나를 위한 투자이자, 최소한의 나를 위한 일상적 선물이다.
2. 영상에 익숙해지기
- 사실 난 (텍스트와 비교해) 영상에 그다지 익숙한 편은 아니다. 부족한 만큼 인정하고 메우는게 실력.
- 6mm를 들고 뛰어봐야 어떻게 커트를 할지 알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일단 해보자.
- 최소한 배울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의지가 있다는건 큰 행운이다.
3. 더 듣자
- 난 good speaker일지는 몰라도 good listener는 되지 못해왔다.
- 안 듣고 자기말만 하는 사람, 바로 삼청동 기와집에 있지 않은가.
4. 밸런스 조절
- 그 모든걸 맞추는 밸런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력, 정신 모두 말이다.
- 정신적 여유는 꼭 시간적 여유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장 정신적으로 여유있던건 가장 정신없던 2005년이었다.
5. 트렌드
- 영화는 클래식이지만, 방송은 그게 시사든 다큐멘터리든 패션이다.
트렌디하든 클래시컬하든 트렌드를 알아야한다.
- 그동안 트렌드를 읽어내온건 거기에 투자한 시간이었지만, 앞으로는 훨씬 많이 압축해야한다.
쉽진 않겠군;;;
# by | 2009/06/13 00:23 | 내멋대로 해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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