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삶은-

"미경아. 예술과 혁명이 가는 길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처음 시작했던 삶으로 되돌리려는 안간힘이야. 지상에서 비롯된 새벽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상에 세워진 한낮의 모든 허접쓰레기 같은 제도를 부숴버리는 일.

나는 다시 먹을 것으로 돌아가마. 아름다운 젊은이 예수가 처음에 출발했던 이상으로 돌아가는 길이 무엇이었겠어? 땅에서 가장 소박하고 욕심없는 식사를 회복하는 일이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상의 양식으로서. 죽음을 앞둔 그에게 최후의 만찬은 사실은 새로운 출발점이었던 거야. 죽음이 산것들의 새로운 탄생이듯이. 그러면서 그는 작별을 고하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 수많은 환쟁이들이 그의 마지막 밥상 모습을 수천점이나 그렸단다. 굳은 흑빵과 막 거른 거친 포도주가 전부인 식사.

(중략)

사랑은......전체의 절반은 밥 같은 몸이고, 절반의 절반은 끊임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 같은 일상이고, 절반중에 그 나머지의 절반은 주변의 이웃이 완성시켜준단다. 그렇게 늙어가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다들 절반도 못가서 실패하고 그리고 노년은 쓸쓸한 각자의 고독이야. 절반의 절반까지만 가도 다행이고 거기서 못다한건  후생에서나 다할까. "

- 투신한 미경의 마지막 편지를 읽던 중 윤희의 독백.
   황석영, <오래된 정원(下)> p 190.



오래된 정원
염정아,지진희,윤희석 / 임상수

내일 개봉하는 (임상수의 영화) 오래된 정원을 보기 두려운 것은, 삶에 대한 성찰로 가득찬 텍스트를 영상으로 승화시켜낼만큼 작가의 내공이나 연출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비틀기와 비꼼으로 가득찬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었지만, 그 이상을 넘어선 텍스트에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편애하는 텍스트 중에 하나라, 걱정된다. 특히 한윤희를 염정아란 배우가 맡았다는데에서. 어느 인터뷰를 보니 지진희는 원작 소설을 안읽었다고 한다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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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7번국도 | 2007/01/03 22:46 |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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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골룸 에세이 (goll.. at 2007/01/07 22:30

제목 : 오래된 정원
한 10년 되었나? 박노해 선생이 옥에서 나왔을 때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였다. 그는 옥중에서 책을 만 권이나 읽었다고 한다. 그냥 읽은 것도 아니고 주석을 붙여가며 읽은 것이 만 권이란다. 책이 만 권이라... 직업을 가진 사람이 책을 정말 빡씨게 읽으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빨리 읽어지는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으니 그냥 1주일에 한 권으로 하자. 그럼 1년이면 52권. 이걸 50년 지속한다고 보면 고작해야 2,5......more

Commented by 골룸 at 2007/01/10 11:14
말씀하신 개인의 문제와 사회의 문제, 감금으로 인한 소통은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그려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를 먼저 보고 지금 원작(상권의 절반쯤?) 읽고 있는데요 아직은 문제 없어 보입니다. ^^
Commented by 7번국도 at 2007/01/10 14:06
하긴, 뭐 영화를 안봤기에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거 같아서, 일단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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