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 시트콤의 진화는 계속된다

 

 '거침없이 하이킥'을 말하기 위해서 반드시 먼저 말해야 할 전제는 김병욱이란 이름의 연출가다. 널리 알려있다시피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트콤이라 불리는 'LA 아리랑'을 만들었으며, 그 이후로도 SBS의 채널 고정도를 크게 높여준 불후의 명작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를 만든 PD다.

LA 아리랑,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 귀엽거나 혹은 미치거나...로 이어지는 김병욱PD의 화려한 필모그래피는 SBS 시트콤의 산 역사인 동시에 한국 시트콤의 산 역사다.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프렌즈의 복사판 아류 시트콤이 '청춘시트콤'이라 수식어를 달고 자가 복제되었던 한국의 시트콤이란 장르에서, 김병욱이란 연출가가 관여하지 않은 시트콤 중에 기억될만한 작품은, '안녕 프란체스카'와 '세친구' 그리고 '올드미스 다이어리' 정도가 전부다.

(주목할만한 점은 개콘으로 대표되는 스탠딩 개그쇼, 상플과 스펀지로 대표되는 변형교양쇼 등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KBS가 시트콤에 있어서는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점이다.)

어쨋든 시트콤 역사에 길이 남을 순풍과, 티비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로 기억될 웬그막을 남긴 김병욱PD의 신작 '거침없이 하이킥'은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시트콤의 핵심인 캐릭터 세팅이야 3년이 넘게 롱런한 순풍과 비교할수 없겠지만, 적어도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찍어오던 김PD의 역량이 점점 진화한다는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킥'은 가족 시트콤이지만 정치적이다. 축소된 사회의 모형인 가정과 그 주변을 통해서 권력과 힘이 작용하는 방향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소통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물론 순풍부터 시작되는 김병욱 시트콤은 끊임없이 사회의 축소판으로서의 가족을 묘사해왔지만, 진화한 하이킥은 그 구도를 단순히 상황(situation)이 아닌 연속된 극의 플롯(plot)으로 내재화 한다. 드라마적으로 봤을때도 하이킥은 그전의 시트콤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 동시에 여러개의 에피소드를 진행해야 하기에, 여러 캐릭터가 남용되고, 캐릭터간 유기적 연결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문제점 역시 발전적으로 극복한다. 전혀 만날 여지가 없는, 이순재와 서민정, 나문희와 서민정, 이순재와 개성댁 등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이후 어떤 방향으로도 극이 전개될 수 있도록 바탕을 깐다.

물론 이런 연출력을 뒷받침해주는 정극 출신 중견 배우들의 포스 - 이순재, 나문희, 박해미, 이수나 - 에 더해 정준하, 최민용의 드러나지 않았던 연기력의 분출, 그리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연기력에 있어서는 안습 수준이지만, 가장 캐릭터를 잘 살려낸 서민정의 대박까지 이어지면서, 80년대생(신지, 김혜성, 정일우, 박민영)들의 발연기-_-를 제외하고는, 가끔은 연출력을 압도하는 연기력이 작렬하는 에피소드 - 정준하 LK 취업 에피소드와 같은 -가 등장할 정도다.

무엇보다 앞으로 기대하는 것은, 연출력-연기력이 뒷받침되고 캐릭터가 살아 있는 밑바탕 위에, 순풍에서 보여줬던 가정을 통한 사회 비판과 풍자의 촌철살인이, 미학적으로 더 훌륭한 드라마를 이루면서 폭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에 오지명과 노주현을 통해 장년층의 욕망을 거칠게 보여줬던 김PD는, 노무현이 완전히 무너뜨린 한국의 탈권위주의 분위기 아래서, 이순재의 '야동' 에피소드를 통해 완벽하게 그 흔적을 긁어내버렸다.

난 요새 하이킥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8시 귀가를 강행한다.

p.s. 아- 물론 내가 처음 하이킥을 시청한건, 김병욱의 작품이라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오랜 팬으로서 서민정이 나온다는 사실에 대한 팬으로서 의무감에서부터였다. 하이킥땜에 서민정 인기가 너무 치솟아 버렸다. 애인이 연예인 된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쳇.

 



이쯤에서 등장해줘야 적절하게 등장해줘야 할 장면, 순풍의 300여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백미로 꼽히는 미달이 노래자랑 에피소드, 그리고 하이킥 최고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야동순재'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7번국도 | 2007/01/11 00:45 |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트랙백(1)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shyblue7.egloos.com/tb/79514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꼬지지 궁상일기 at 2007/02/08 00:16

제목 : 거침없이 하이킥 - 회자정리
혜자존니 해자정리 혜자좋니 . .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가 거침없다. 오늘 내용으로 왜 하이킥이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다. 오랜 동안 KBS일일연속극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MBC가 동 시간데 시트콤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반전에 성공하였다. 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침없이 하이킥』은 시트콤 성공의 요소를 모두 갖춘 것 같다. 특히 이순재, 나문희 등 연로 배우들을 전면에 포진시켜 연륜이 묻어 나는 연기로 억지스......more

Commented by 누울르르 at 2007/01/11 01:27
7번 국도님 글 보니깐 갑자기 보고 싶어지내요
한 번 봐야 겠네요
Commented by 7번국도 at 2007/01/13 00:11
어제의 하이킥 '윤호택시' 에피소드는 매우 정치적이었다. 이거 대놓고 운송노조파업 (더 나아가서는 현대차 파업)을 주제 삼고 있지 않은가!!
Commented by 지원 at 2007/01/15 12:29
나는 남셋여셋이랑
동근이랑 나라가 나올 적의 논스탑도 재미났는데.
아무튼 나도 요즘 거침없이 하이킥 닥본사-하려고 노력중.
너무 웃겨서 울면서 봐 ㅋㅋㅋ
Commented by 지원 at 2007/01/16 09:11
야! 언제부터 신지애인 영민씨로 서배준이 나온거냐? 그 쌍꺼풀 수술 너무 안습이었어. 디자인과 문화 시간에 참 잘생겼다고 뒤에서 보며 좋아라했는데 역시 TV에는 그 정도로 잘 생겼다고 나오는 게 아닌가보다-_-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